하루 동안 자란 길이부터, 얼굴을 가려도 달라지는 인상까지.
머리카락으로 습도를 재는 기구가 있습니다. 우리가 마신 물의 흔적을 머리카락에서 찾는 연구도 있습니다.
매일 보고 만지는 머리카락에도 뜻밖의 사실이 많습니다. 작은 한 올부터 머리 전체까지,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이는 열 가지를 소개합니다.
1. 하루 동안 자란 길이를 합치면 약 28m입니다#
머리카락 10만 가닥 중 85%가 하루에 0.33mm씩 자란다고 가정하면, 하루 동안 자라는 길이의 합은 약 28m입니다. 한 올의 변화는 작지만, 수만 가닥을 합치면 이렇게 길어집니다. [1, 2]
10만 가닥 × 85% × 0.33mm = 하루 약 28m
같은 조건으로 1년을 계산하면 약 10km입니다. 모발 수와 성장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머리 전체에서 일어나는 성장을 이해하기 위한 계산입니다.
몸은 머리카락을 만들기 위해 재료와 에너지를 씁니다. 세포가 나뉘고, 모발을 이루는 단백질이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모낭과 배양 세포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당을 저장하고 다시 사용하는 과정도 확인됐습니다. [3]
2. 머리카락 한 올이 면도날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면도날은 머리카락보다 훨씬 단단합니다. 그런데 왜 털을 자르다 보면 무뎌질까요?
MIT 연구진이 털을 자르는 순간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습니다. 특정 조건에서는 털이 날에 힘을 가하면서 날 끝의 일부가 미세하게 깨졌습니다. 털이 닿는 각도와 강철 내부의 미세구조가 영향을 줬습니다. [4]
단단한 면도날도 부드러운 털을 자르다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3. 잘라도 안 아픈데, 당기면 왜 아플까요?#
머리카락을 잘라도 아프지 않은 이유는 두피 밖으로 나온 부분에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이미 각질화된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5]
반면 뿌리 주변에는 살아 있는 조직과 감각신경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당기면 그 주변 조직에도 힘이 전달됩니다. 자르는 부분과 당겼을 때 아픈 부분이 다른 것입니다. [1]
이미 자란 머리카락은 살아 있는 조직처럼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지 못합니다. 두피 속에서 새로운 부분이 만들어지면서 계속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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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머리카락으로 습도를 잽니다#
머리카락은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거나 내보내면서 길이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성질을 이용한 기구가 ‘모발 습도계’입니다. [6]
머리카락의 작은 길이 변화가 장치를 움직이고, 바늘이 습도를 가리킵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도 이 원리를 이용한 기구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날씨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측정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5. 머리끝은 몇 살일까요?#
머리카락이 한 달에 1cm 자란다고 가정하면, 두피에서 30cm 떨어진 끝부분은 약 30개월 전에 만들어진 부분입니다. [1]
같은 한 올이라도 뿌리 가까운 부분과 끝부분은 만들어진 시기가 다릅니다. 머리끝은 그만큼 더 오랫동안 햇빛과 물, 빗질과 열을 경험했습니다.
머리끝이 유독 거칠다면, 그 부분이 지나온 시간도 생각해보세요.
6. 마신 물의 흔적이 머리카락에 남습니다#
우리가 마신 물은 새로 만들어지는 머리카락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미국 65개 도시와 마을의 시료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지역의 수돗물과 사람 머리카락의 수소·산소 동위원소 비율 사이에 관계가 확인됐습니다. [7]
동위원소는 같은 원소이지만 질량이 조금 다른 종류입니다. 물을 이루는 이 비율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머리카락에는 식사의 영향도 함께 반영되므로, 분석 결과는 사람이 생활한 지역을 추정하는 단서가 됩니다.
머리카락은 몸에서 만들어지기에, 몸에 들어온 것의 흔적도 담고 있습니다.
7. 곱슬머리는 햇빛의 열을 더 잘 막을까요?#
온열 마네킹에 사람 모발로 만든 가발을 씌운 실험에서는 머리카락이 있을 때 맨머리보다 햇빛에 의한 열 유입이 줄었습니다. 비교한 조건에서는 강하게 곱슬거리는 모발이 열 유입을 가장 많이 줄였습니다. [8]
머리카락이 두피 위에 만드는 공간과 형태에 따라 열을 받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헤어스타일로 보는 차이를, 이 연구는 열의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8. 한 올 속에 더 가는 섬유가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겉보기에는 가느다란 실 한 가닥입니다. 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그 안에 더 가는 섬유들이 모여 있습니다. 작은 섬유가 모여 더 큰 구조를 이루고, 겉에서는 큐티클이 내부를 감쌉니다. [9]
머리카락이 당기는 힘에 버티거나 구부러지는 성질도 이런 구조와 구성 성분의 영향을 받습니다.
한 올의 힘을 이해하려면, 그 안에 모인 작은 섬유들도 살펴야 합니다.
9. 머리카락 속 빈틈이 윤기를 바꿉니다#
머리카락의 윤기에는 표면뿐 아니라 내부 구조도 영향을 줍니다. 내부의 미세한 빈틈은 빛을 여러 방향으로 퍼뜨려, 모발의 외관과 윤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10]
겉이 매끄러운지만으로 윤기를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 속에서도, 눈에 보이는 차이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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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얼굴을 가려도 머릿결이 인상을 바꿉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뒷모습 사진에서도 머릿결의 윤기에 따라 나이와 건강에 대한 인상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같은 모델이 윤기가 다른 가발을 착용한 사진을 여성 1,500명이 비교한 연구 결과입니다. [11]
비교한 가발 10종 모두 윤기가 높은 쪽이 더 건강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8종에서는 더 젊어 보인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머릿결은 사람의 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나이 차이를 느꼈던 적이 있나요? 그 인상에는 머릿결도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자라는 길이도, 한 올 속의 구조도 생각보다 놀랍습니다. 그 머리카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몸입니다.
이미 자란 머리카락을 씻고 보호하듯, 앞으로 자랄 머리카락에도 관심을 가져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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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IQWiG. In brief: What is the structure of hair and how does it grow? InformedHealth.org. 2023.
[2] Harvard Health Publishing. Telogen Effluvium. 성장기 모발의 비율에 관한 설명.
[4] Roscioli G, Taheri-Mousavi SM, Tasan CC. How hair deforms steel. Science. 2020;369:689–694.
[5] Nemours KidsHealth. Hair, Skin, and Nails. 모발의 각질화된 세포와 구조 설명.
[6]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Hygrometer. Collection record nmah_1865188.
[8] Lasisi T, et al. Human scalp hair as a thermoregulatory adaptation. PNAS. 2023;120:e2301760120.
[10] Nagase S. Hair Structures Affecting Hair Appearance. Cosmetics. 2019;6:43.
연구 정보: [10]의 저자는 Kao 소속이며, [11]에는 P&G 소속 저자들이 참여했습니다. [11]은 2025년 온라인 선게재 후 2026년 권·호에 수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