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이야기인데, 왜 장을 살펴볼까요?
‘장–모발 축(Gut–Hair Axis)’은 장내 미생물과 그 대사산물, 영양 이용과 면역을 통해 장과 모발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 개념입니다. 동물실험과 사람의 관찰 연구가 쌓이고 있으며, 2026년에는 이 용어를 명시한 리뷰 논문도 발표됐습니다. 2026년 리뷰
“머릿결을 관리하는데 유산균을 먹는다고?”
처음 들으면 낯설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두피에서 자라는데, 장에 사는 미생물이 무슨 관계일까요?
그런데 장 질환을 치료하던 중,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 뜻밖의 일이 보고됐습니다.
장과 머리카락, 따로 볼 수 있을까요?#
머리카락을 만드는 세포는 몸에서 영양을 공급받습니다. 음식에서 얻은 영양소는 소화와 흡수를 거쳐 몸에 쓰이고, 두피 속 세포에도 혈액을 통해 전달됩니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곳과 영양을 얻는 곳은 이렇게 연결됩니다. 소화·흡수, 모발의 형성
장에는 음식의 일부를 이용하며 여러 물질을 만드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물질을 ‘대사산물’이라고 합니다.
장–모발 축 연구는 이 미생물의 활동이 영양 이용과 면역 반응을 통해 모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묻습니다.
머리카락은 두피에서 자라지만, 두피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이해하려는 연구는 장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주목합니다.
분변 이식 뒤,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 사례#
2019년 중국의 증례 보고에서는 장 질환으로 ‘분변 미생물 이식’을 받은 86세 남성에게서 원형탈모 부위의 모발 재성장이 보고됐습니다. 한 사람의 관찰이므로 이식이 재성장의 원인이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장과 머리카락의 관계를 살펴볼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증례 보고
이 남성은 반복되는 설사와 복통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료진은 기증자의 대변에서 얻은 미생물군을 환자의 장에 넣는 분변 미생물 이식을 시행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환자는 이식 후 4주째, 원형탈모 부위에서 새 머리카락이 자란다고 말했습니다. 별도의 원형탈모 치료는 받지 않았으며, 모발 재성장은 18개월 추적 때까지 유지됐습니다.
장 질환을 치료하던 중 머리카락에서도 변화가 나타난 것입니다.
분변 미생물 이식은 유산균 섭취와 다른 의료행위입니다. 이 사례를 유산균의 효과로 옮겨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장에서 일어난 변화가 머리카락에도 영향을 준 것일까요?
연구는 ‘장–모발 축’을 주목합니다#
2026년 2월 발표된 리뷰 논문은 ‘Gut–Hair Axis’를 초록과 핵심어에 명시했습니다. 장내 미생물과 대사산물, 영양 이용, 면역 등을 통해 장과 탈모의 관계를 검토한 논문입니다. 리뷰 논문
이 질문을 뒷받침하는 단서는 사람의 증례 외에도 있습니다.
2017년 생쥐 연구에서는 비오틴이 부족한 먹이와 특정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을 함께 투여했을 때 털이 빠졌습니다. 이 조건에서 늘어난 특정 세균이 장에 남은 비오틴을 소비해, 생쥐가 이용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과정이 확인됐습니다. 생쥐 실험
이 실험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무엇을 소비하는지가 털의 상태와 연결됐습니다.
특정 먹이와 항생제가 함께 쓰인 동물실험이므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장내 미생물의 활동과 모발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을 비교한 연구도 있습니다. 2022년 한국인 141명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안드로겐성 탈모 유무에 따라 장내 미생물끼리 함께 나타나는 관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자체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집단의 비교이므로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이 결과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한국인 비교 연구
장–모발 축은 이런 관찰과 실험을 함께 바라보는 연구 관점입니다. 어떤 연결이 사람에게도 성립하는지, 장내 환경이 달라지면 모발의 어떤 특성이 변하는지를 확인해가는 것입니다.
먹는 머릿결 관리, 근거는 있을까요?#
특정 유산균을 섭취한 사람에게서 모발의 윤기와 인장강도를 평가한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장–모발 축 연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유산균의 머릿결 개선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특정 유산균을 24주간 섭취한 인체시험에서는 섭취군의 윤기와 인장강도 개선이 위약군보다 컸고,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인장강도는 머리카락을 당겼을 때 끊어짐에 얼마나 견디는지를 측정한 값입니다. 24주 인체시험
앞서 소개한 연구들은 장과 탈모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이 시험은 특정 균주를 먹었을 때 윤기와 인장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물었습니다. 같은 머리카락 이야기여도 확인한 결과는 다릅니다.¹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머릿결을 관리하는데 유산균을 먹는다고?”
그 가능성을 연구할 이유가 있고, 실제 섭취 후의 변화를 평가한 시험도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더 구체적이 됩니다.
“어떤 균주를 먹었고, 머릿결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장–모발 축은 먹는 머릿결 관리를 근거와 함께 알아볼 이유를 줍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내가 원하는 윤기와 탄력에 관한, 해당 균주의 연구입니다.
이어서 읽기: 머릿결을 위한 유산균이 있다고?
¹ 이 인체시험의 인장강도는 탄력 관련 평가에 사용된 지표이며, 복원력이나 헤어스타일의 볼륨을 직접 측정한 값은 아닙니다. 이 시험만으로 장내 변화가 모발 개선을 일으킨 구체적인 경로, 새로 자란 부분만의 개선, 탈모 치료 효과까지 입증했다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는 LISCure Biosciences의 지원을 받았고 소속 연구자가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참고문헌#
- Xie WR, et al. (2019). Hair regrowth following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in an elderly patient with alopecia areata: A case report and review of the literature. World Journal of Clinical Cases, 7(19), 3074–3081.
- Hayashi A, et al. (2017). Intestinal Dysbiosis and Biotin Deprivation Induce Alopecia through Overgrowth of Lactobacillus murinus in Mice. Cell Reports, 20(7), 1513–1524.
- Jung DR, et al. (2022). Comparative analysis of scalp and gut microbiome in androgenetic alopecia: A Korean cross-sectional study. Frontiers in Microbiology, 13, 1076242.
- Singh V, et al. (2026). Targeting the Gut Microbiota with Pro- and Postbiotics: Emerging Strategies against Alopecia. Probiotics and Antimicrobial Proteins, 18, 6524–6550. 공개 초록·핵심어·출판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 Choi SY, et al. (2024). Efficacy and safety of Latilactobacillus curvatus LB-P9 on hair health: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Frontiers in Nutrition, 11, 1447863.